大韓國人 安重根
-안중근의사께서 돌아가시기 5분전 사형장에서 마지막발언을 하신 내용입니다.
나는 검찰관의 논고를 듣고 나서 검찰관이 나를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하얼빈에서 검찰관이 올해로 다섯 살 난 나의 아이에게 내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람이 네 아버지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는데, 그 아이는 내가 고국을 떠날 때 두 살이었는데 그 후 만난 적도 없는 나의 얼굴을 알고 있을 까닭이 없다. 이 일로만 미루어 봐도 검찰관의 심문이 얼마나 엉성한지, 또 얼마나 사실과 다른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이번거사는 개인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 결행한 것이다. 그런데 사건 심리에 있어서 재판장을 비롯하여 변호인과 통역까지 일본인만으로 구성하고 있다.
나는 한국에서 변호인이 와 있으니 이 사람에게 변호를 허가 하는 것이 지당하다고 생각한다. 또 변론 등도 그 요지만을 통역해서 들려 주기 때문에 나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사람이 봐도 이 재판을 편파적이라는 비방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검찰관이나 변호인의 변론을 들어 보면, 모두 이토가 통감으로서 시행한 시정 방침은 완전무결한 것이며 내가 오해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부당하다. 나는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토가 통감으로서 시행한 시정방침의 대요를 말하겠다.
1905년의 5개조 보호 조약에 대한 것이다. 이 조약은 황제를 비롯하여 한국국민 모두가 보호를 희망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토는 한국 상하의 신민과 황제의 희망으로 조약을 체결한다고 말하며 일진회(一進會)를 사주하여 그들을 운동원으로 만들고, 황제의 옥새와 총리대신의 부서가 없는데도 각 대신을 돈으로 속여 조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이토의 정책에 대해 당시 뜻있는 사람들은 크게 분개하여 유생 등은 황제에게 상주(上奏)하고 이토에게 건의했다. 러일전쟁에 대한 일본 천황의 선전조칙에는 동양의 평화를 유지하고 한국의 독립을 공고히 한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의 인민들은 신뢰하며 일본과 더불어 동양에 설 것을 희망하고 있었지만, 이토의 정책은 이와 반대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각처에서 의병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최익현이 그 방책을 냈다가 송병준에 의해 잡혀서 쓰시마에서 구금돼 있던 중 사망했다.
그래서 제2의 의병이 일어났다. 그 후에도 방책을 냈지만 이토의 시정방침이 변경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황제의 밀사로 이상설이 헤이그의 평화회의에 가서 호소하기를, 5개조의 조약은 이토가 병력으로 체결한 것이니 만국공법에 따라 처분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그 회의에 물의가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토는 한밤중에 칼을 뽑아 들고 황제를 협박해서 7개조의 조약을 체결시켜 황제를 폐위시켰고, 일본으로 사죄사를 보내게 되었다.
이런 상태였기 때문에 경성 부근의 상하 인민들은 분개하여 그 중에 활복한 사람도 있었지만, 인민과 군인들은 손에 닿는 대로 무기를 들고 일본 군대와 싸워 ‘경성의 변’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 후 십수만의 의병이 일어났기 때문에 태황제께서 조칙을 내리셨는데, 나라의 위급존망에 즈음하여 수수방관하는 것은 국민된 자로서의 도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점점 격분하여 오늘날까지 일본군과 싸우고 있으며 아직도 수습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십만 이상의 한국민이 학살됐다. 그들 모두 국사에 힘쓰다가 죽었다면 본래 생각대로 된 것이지만, 모두 이토 때문에 학살된 것으로, 심한 사람은 머리를 노끈으로 꿰뚫는 등 사회를 위협하며 잔학무도하게 죽였다.
이 때문에 장교도 적지 않게 전사했다. 이토의 정책이 이와 같이 한 명을 죽이면 열명, 열 명을 죽이면 백 명의 의병이 일어나는 상황이 되어, 시정방침을 개선하지 않으면 한국의 보호는 안 되는 동시에 한일간의 전쟁은 영원히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토 그는 영웅이 아니다. 간웅(奸雄)으로 간사한 꾀가 뛰어나기 때문에 그 간사로 꾀한 ‘한국의 개명은 날로 달로 나아가고 있다’고 신문에 싣게 했다. 또 일본 천황과 일본정부에 ‘한국은 원만히 다스려 날로 달로 진보하고 있다’고 속이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동포는 모두 그의 죄악을 미워하고 그를 죽이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삶을 즐기고 싶어하지 않는 자가 없으며 죽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한국민은 수십 년 동안 도탄의 괴로움에 울고 있기 때문에 평화를 희망함은 일본국민보다도 한층 깊은 것이다. 게다가 나는 지금까지 일본의 군인, 상인, 도덕가, 기타 여러 계급의 사람과 만난 이야기는, 내가 한국에 수비대로 와 있는 군인에게 ‘이같이 해외에 와 있는데 본국에 부모처자가 있을 것이 아닌가. 그러니 분명히 꿈속에서도 그들의 일은 잊혀지지 않아 괴로울 것이다.’ 라고 위로 했더니, 그 군인은 ‘본군 일이 견디기 어렵지만 어쩔 수는 없다’라며 울며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러면 동양이 평화롭고 한일간에 아무 이 없기만 하면 수비대로 올 필요가 없을 것이 아니냐?’ 라고 물으니,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싸움을 좋아하지 않지만 필요가 있으면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수비대로 온 이상 쉽사리 귀국할 수 없겠다’라고 했더니, 그 군인은 ‘일본에는 간신이 있어서 평화를 어지럽게 하기 때문에 우리들도 마음에 없는 이런 곳에 와 있다는 것이다. 이토 따위를 혼자서는 죽일 수 없지만 죽이고 싶은 생각이다.’라고 울면서 이야기 했다. 그리고 농부와의 이야기는, 그 농부가 한국에 왔다는 당시에 만나서 한 이야기이다. 그가 말하기를 ‘한국은 농업에 적합하고 수확도 많다고 해서 왔는데, 도처에서 의병이 일어나 안심하고 일을 할 수가 없다. 또 본국으로 돌아가려고 해도 이전에는 일본도 좋았지만 지금은 전쟁 때문에 그 재원을 얻는 데 급급하여 농민들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하기 때문에 농업은 하기 힘들 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 있자니 이와 같아 우리들은 몸 둘 곳이 없다’라고 한탄하며 호소했다. 다음으로 상인과의 이야기를 말하겠다. 한국은 일본 제작품의 수요가 많다고 듣고 왔는데 앞의 농부의 이야기와 같이 도처에 의병이 있고 교통이 두절되어 살 수가 없다며, 이토를 없애지 않으면 상업도 할 수 없으니 자기 한 사람의 힘으로 되는 일이라면 죽이고는 싶지만, 어떻든 평화로워 지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도덕가의 이야기라는 것은 예수교 전도사의 이야기이다. 나는 먼저 그 자에게 말을 걸어 ‘이렇게 무고한 사람을 학살하는 일본인이 전도가 되겠는가?’라고 물으니, 그가 ‘도덕에는 나와 남의 구별이 없다. 학살하는 사람은 참으로 불쌍한 자이다. 천제의 힘으로 개선시키는 수밖에 없으니, 그들을 불쌍히 여겨 달라’고 말했다. 이 사람들의 이야기에 의해서도 일본인이 동양의 평화를 희망하고 있는 동시에 얼마나 간신 이토를 미워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일본인에게도 이런데 하물며 한국인에게는 친척이나 친구를 죽인 이토를 미워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내가 이토를 죽인 이유는 이토가 있으면 동양의 평화를 어지럽게 하고 한일간이 멀어지기 때문에 한국의 의병 중장의 자격으로 죄인을 처단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일 양국이 더 친밀해지고, 또 평화롭게 다스려지면 나아가서 오대주에도 모범이 돼 줄 것을 희망하고 있었다. 결코 나는 오해하고 죽인 것은 아니다. 나의 목적을 달성할 기회를 얻기 위해 한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이토가 그 시정방침을 그르치고 있었다는 것을 일본 천황이 들었다면 반드시 나를 가상히 여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이후 일본 천황의 뜻에 따라 한국에 대한 시정방침을 개선한다면 한일간의 평화는 만세에 유지될 것이다. 나는 그것을 희망하고 있다. 변호인의 말에 의하면, 광무3년에 체결된 조약에 의해 한국민은 청국 내에서 치외법권을 가지니 본건은 한국의 형법대전에 의해 다스려져야 할 것이며, 한국형법에 의하면 처벌할 규정이 없다고 했는데, 이는 부당하며 어리석은 논리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인간은 모두 법에 따라 생활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사람을 죽인 자가 벌을 받지 않고 살아 남을 도리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법에 의해 처벌돼야 하는가의 문제가 남아 있는데, 이에 대해 나는 한국의 의병이며 지금은 적군의 포로가 돼 있으니 당연히 만국공법에 의해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